예견됐던 일,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될 것처럼 미화...원전 수출 전략 전면 수정 불가피
원전수출 정책 과정에 합리적 전문가 영입 필요성 제기..."친원전 강성론자 배제" 지적
우크라이나 사태 지켜본 폴란드, 결국 자국 안보 위해 위험 막아줄 초강국 미국 원전 선택
독자적 원전 지재권 없는 한국,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도 똑같은 사례 재연 가능성 커져

[산경e뉴스] 정부가 적극 지원했던 폴란드 원전 수주사업이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 완패했다. 주말 날아든 비보에 국내 원전 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 문제가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를 미국으로 결정하게 만든 일등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단 운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폴란드 원전사업 수주 실패가 단순한 국제관계 때문만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원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폴란드 기후환경부 제공)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신규 원전 사업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폴란드 기후환경부 제공)

원전 시공, 운영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지식재산권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이를 무기로 소송을 걸 경우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점이다. 

또 원자력 분야 국제관계상 한국의 국력이 경쟁국인 미국을 비롯, 러시아, 프랑스 등에 밀리기 때문에 더이상 원전 수출을 정부의 지상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핵에너지 프로젝트에 웨스팅하우스의 신뢰할 만하고 안전한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강력한 폴란드·미국 동맹은 우리의 연합 이니셔티브의 성공을 보장한다"며 이와 관련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과 대화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트위터로 "폴란드의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400억 달러 규모 원전 프로젝트 1단계 사업에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했다고 방금 발표했다"며 "미국 근로자에 10만개 이상 일자리 창출 및 유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업 수주를 두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를 위해 폴란드와 미국의 관계를 강화하는 엄청난 조치"라며 "러시아에 '에너지를 더는 무기화하게 두지 않겠다'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쿠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포격, 군병력을 투입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자국 원전을 지켜줄 파트너로 미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원전으로는 잠재적인 러시아 공격을 막을 길이 없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국제정세의 불리함 때문에 폴란드 원전 수주가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주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미흡함은 없었는지 분석하고 여전히 진행중인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IAEA 행사장에서 폴란드 정부의 웨스팅하우스 원전사업자 선정 소식에 기쁨을 표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28일(현지시간) IAEA 행사장에서 폴란드 정부의 웨스팅하우스 원전사업자 선정 소식에 기쁨을 표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

본지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지난 6월 웨스팅하우스는 사장단 방한시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단에 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 방식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 원전 수주와 관련, 이미 자신들이 될 것으로 알았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 즉 기본설계는 EPC 계약 전 공사의 기본토대를 마련하는 밑그림을 말한다. 

FEED 단계에서는 플랜트 설계의 설계, 건설, 운영에 필요한 비용, 기간, 소요인력 등을 추산할 수 있도록 개념설계를 바탕으로 핵심기기의 설계 및 배치 등 핵심부분의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6월 한국에 이를 타진한 것이고 이 얘기는 바꿔 말해 한국이 폴란드 원전 수주 과정에서 빠지고 미국편을 들어달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원전 수출을 강하게 밀어부치며 문재인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원전수출을 통해 새로운 일거리 창출을 통해 원전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한전과 한수원은 윤 정부의 정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약점을 알면서도 미국에 확답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이 독자적으로 폴란드 원전 수주전 최종까지 가겠다는 것을 확인한 웨스팅하우스는 막판에 한국을 지재권 문제로 소송을 했고 이를 빌미로 폴란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웨스팅하우스 결정 사실을 트위터로 확인해주었다.  

일각에서는 원전 건설 비용이 가장 싼 한국을 이용해 자국의 원전 건설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주과정에서 한국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전 정부에서도 체코 원전 수출에 역점을 두기는 했지만 한미 공조를 통한 원팀으로 전략을 추구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은 문정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SMR(소형모듈원전), 원전 수출을 통해 원전생태계 복원을 하겠다고 외쳤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제안에 흔쾌히 응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실익 차원에서는 웨스팅하우스 제안이 나쁘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입장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독자 노선을 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만약 한국이 폴란드 원전 수주 과정 막판에 미국 손을 들어주고 EPC에 참여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면 많은 이득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이 건설, 시공 과정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고 원자로 터빈 등 주요기기 생산을 맡았다면 최상의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한국형 원전이라고 외치는 APR1400이다. 과연 이것이 독자적인 한국기술이냐는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19년 8월 26일(미국시간) 미국 NRC로부터 설계인증을 받았다. 이는 APR1400 원전을 미국 내에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이외의 나라가 단독으로 NRC 설계인증을 받은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이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받은 적은 있다. 

그러나 이 승인은 국내 신고리3,4,5,6호기, 신한울1,2호기와 UAE에 수출한 원전 노형에 국한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확대적용해 폴란드 원전에 수출하는 원전 노형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일부 친원전 강성론자의 주장이 패착을 불어왔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한수원은 2017년 10월 EUR(European Utility Requirements,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취득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원천 기술, 즉 원자로 지재권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늘 미국 앞에 서면 초라한 신세다.   

UAE원전 수주 당시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막대한 로열티를 사전에 지불하고 양해를 얻어 미국의 전폭적 지원 속에 때낸 일이었다. 

한국 원전이 독자적 기술로 따낸 일이 아니었다.  

합리적 원전론을 주장해온 서균렬 서울대 교수,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한병섭 박사(원자력안전연구소장), 석광훈 박사(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등은 이미 이런 우려를 예전부터 했다.  

그러나 친원전 강성론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원전에 반하는 행위라며 아예 듣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된 것이고 경제성 평가 조작과정에 공무원들이 관여한 것으로 확신하는 윤 대통령에게 친원전 강성론자들의 한국 원전 예찬론은 사실처럼 보였을 것이다. 

정부가 폴란드 원전 수출에 강한 애착을 보이지 않았고 대통령 조차 별 말이 없었다면 몰라도 대통령, 산업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강하게 추진한 정책에서의 실패였기에 이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과욕이 국가적 손해를 불러왔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한 대목이다. 

합리적 원전학자들을 기후변화시대에 재조명받는 원전 생태계 복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이상 한쪽에만 치우친 강성 친원전학자들로는 변화하는 세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또 체코 원전 수주 과정의 합리적 대응을 위해서라도 윤 정부는 비판적 의견을 수렴할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는 비록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지만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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